◎ 장애인정보접근권 작업팀에서 제안하는 한국 시민사회 선언문의 원칙
-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장애인, 여성 등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져야 하며, 사회적 불평등을 유발하는 형태의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분명히 거부되어져야 한다.
- 또한 장애인의 낮은 정보접근성의 수준을 정보격차가 심각하다고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표현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그
원인을 규명하는 것에서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격차의 경우 그 원인을 개인적
차원에서 찾고, 정보의 활용보다는 접근, 결과보다 기회의 평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불평등의 경우, 그 원인을 개인적 차원보다는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찾고,
정보의 접근뿐만 아니라, 활용 결과의 차이까지 쟁점화시키는 차이 때문이다.
- 장애인의 정보접근성에 대한 심각성 및 그 해결방안은 정보정책 전문가에 의해
진단되고 마련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가 가장 절실하게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 방안 역시 장애인 당사자가 최적의 대안을 찾아 낼 수
있으므로, 정보정책 수립에 있어 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이 반영되고 참여가
보장되어져야 할 것이다.
◎ 선언문 (Draft Declaration)
▶ 정보사회에서의 장애인의 특수한 지위
- Expectation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사회 전반에 매우 다양하고 중요한 변화를 야기한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은 물리적 공간의 장벽을 제거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이는
원격(tele), 가상(cyber)라는 용어 등의 사용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물리적 공간에 대한 이동 및 접근에서의 제약을 갖고 있는
장애인의 재활과 사회통합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정보사회는 장애인이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에 통합될 수 있는 엄청난 가능성을
제공함으로써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차별을 제거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Limitation
하지만 정보사회는 장애인에게 또다른 장애가 되어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으며, 장애의 범주를 확대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차별과 소외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장애인은 소득, 학력, 직업 등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열악한 위치에 놓여 있다. 장애인은 정보불평등을 유발하는 조건들을 모두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장애로 인해 일반 정보통신제품의 사용이 곤란하기까지 한
최악의 정보빈곤층이다.
또한 정보화는 육체노동을 감소시키고 지식노동을 증가시킴으로써
정보사회에서의 노동력은 예전보다 높은 학력, 숙련, 창조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력의 조건 변화는 이를 충족시킬 수 없는 사람들로 하여금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게 만들고, 타인 혹은 사회에 의존하여 생활하게 만듦으로써
비장애인의 범주를 축소시킬 수 있다.
- Information Society -> double handicap(?) for the disabled
따라서 정보화는 이미 물리적 공간으로부터 격리되어 있는 장애인을
가상공간에서까지 격리시킴으로써 이중적 장애(double handicap)를 겪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 정보사회에서의 정보접근권의 개념
- Notion : Access to Information
정보접근성이란 "다양한 능력, 숙련, 요구, 취향을 가진 개인들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반의 모든 요구 사항(the global requrirement for
access to information by individuals with different abilities, skills,
requirements, and preferences, in a variety of contexts of use)"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정보 접근성의 개념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사용자 집단, 업무의
범위와 특성, 기술적 플랫폼 등 여러 차원에서 촉발되는 정보접근성 문제를 포괄할
수 있다.
- Classification : Access to Information
특히, 정보접근권은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되는데, 장비의 물리적
접근(physical access to equipment)과 모든 잠재적 사용자들을 위한 Hardware와
Software가 조작적 적합성(operational suitability)이 그것이다. 장비의 물리적
접근이라 함은 충분한 양의 장비와 서비스를 적절한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는가를 말하는 것으로 주로 지리적, 경제적 차이와 관련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조작적 적합성은 정보시스템의 입출력 장치(input-output
application), 인터페이스(Interface)가 어떤 잠재적 사용자(substantial user)나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로 주로 사용자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과 관련된다.
- Specific Classification : Operation suitability
또한 조작적 적합성의 경우 이를 물리적 적합성(physical suitability)과
인지적 적합성(cognitive suitability)으로 구분되는데, 물리적 적합성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물리적 도구를 활용하여 모든 잠재적 사용자가
정보시스템을 작동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인지적 적합성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정보시스템 사용법 학습의 용이성, 잘못된 조작 방지 기능, 사용자의
통제가능성, 사용자 기대에의 부응 등과 관련된다. 이러한 조작적 적합성에 대한
접근 어린이, 노인 등을 위한 배려이기도 해, 장애인의 경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조작적 적합성은 장애인의 경우, 장애유형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데,
지체·뇌병변·시각·청각 장애인의 경우 물리적 적합성이, 정신지체의 경우
인지적 적합성이 더 높은 가치로 인식되어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체·뇌병변·시각·청각 등 물리적 적합성을 더 요하는 장애인의 경우, 각 장애
유형별로 더 세분화된 구분이 필요하다.
- Notion : Access Right to Information of the disabled
따라서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은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정보 불평등
현상에 대해 장비의 물리적 접근 및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등의 조작적 적합성을
보장받기 위한 제반의 권리"라 규정할 수 있다.
▶ 정보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장애인의 정보 불평등 현상
- Statistics
200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PC 및
인터넷 이용에서의 심각할 정도의 격차 수준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애인
가구의 PC보유율은 6.3%인데 반해, 비장애인 가구는 66.0%로 나타나고 있고,
장애인의 인터넷 이용률 역시 장애인 6.9%, 비장애인 37.1%(한국정보문화센터,
2000)로,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6분의 1 수준의 PC 및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Analysis
이러한 정보 접근에서의 격차는 학력, 직업, 소득, 성, 연령 등 사회경제적 및
인구학적 요인들에 의해 비롯된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저학력 -초등학교 졸업
학력만을 가진 장애인이 전체 장애인의 50%밖에 안 됨.-, 실업 -노동부 조사 등의
정부 측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장애인 실업률을 30% 정도로 파악하고 있음-,
저소득 -장애인 노동자 중 50% 이상이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종사하고 있음.-,
고연령층 -60대 이상 고연령층의 20%이상이 장애인임.- 등에 해당되는데, 이것이
장애인의 낮은 정보접근 수준에 대한 사회경제적 및 인구학적 요인이다.
정보접근 수준과 사회경제적, 인구학적 요인과의 밀접한 관계들 때문에,
열악한 사회경제적 지위에 처한 장애인의 정보접근 수준은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인구학적 요인을 통제하더라도,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정보기기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의 문제로 인해 장애인의 정보 접근
수준을 더욱 떨어 뜨린다.
- Conditions
기술 주도적 개발로 일관해온 지금의 정보통신정책에서 장애인은 의도하지
않은 배제(unintentional exclusion)를 당하고 있다. 그러한 배제는 장애로 인해
정보통신기기에 접근불가능(inaccessibility)하도록 만드는 것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정보통신기기들의 복잡한 설계, 그래픽위주의 인터페이스, 대체입력이
허용되지 않는 터치스크린(touch-screen), 포인팅 인터페이스(pointing
interface), 음성입출력 시스템, 복잡한 애니메이션과 상호작용적
시스템(interactive system) 등 장애유형별로 다양한 접근 장벽(variable access
barrier)이 존재한다.
▶ 장애인의 정보 불평등에 대한 사회구조적 원인
- 한국의 정보화 정책의 방향은 정부 주도적이고, 공급 촉진을 우선으로 하고,
경제성을 위주로 하며,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형태로 일관되어 왔기 때문에,
정보불평등의 심화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 정부주도의 한계 : 1996년에 범국가적 정보화 촉진을 위한 마스터플랜인
'정보화촉진계획'을 세웠고, 세계 최초로 정보화 전담 부처인 정보통신부를
출범시키는 등, 정부가 주도적으로 정보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형태로 정보화 정책이 만들어지게 되면서, 장애인, 노인
등의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 노력이 미국 등의 지침 등을 모방해 정책을
마련하는 등, 장애인 당사자 등의 정보접근에서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세워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말았다.
▶ 공급 촉진을 우선으로 하는 한계 : 1994년부터 시작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사업은 현재 완료단계에 이르렀으며, 시장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 정보화 관련
사업을 조정하는 등의 활동으로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그동안 있어
왔다. 그러나 이를 균형잡기 위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정책은 범용
정보통신제품의 개발 등, 일반 사용자의 수요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 전부일
뿐이다. 실제로 권고의 수준 정도로 낮은 강제력으로 만들어진 정책들로 인해,
장애인용 정보통신기기의 제조, 관련 서비스 등이 제대로 제공되고 있지 않아,
장애인의 정보통신기기에 대한 수요를 진작시키기 어렵도록 만든다.
▶ 경제성 위주의 정보화 정책 : 정보기술은 비용 절감을 통해 산업부문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고민되어 오면서, 그 발전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한국 역시 80년대 말 이후 경제 성장 수준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고비용,
저효율의 산업 구조에 대한 재편을 해야 했으며, 그 일환으로 정보화와 고부가가치
및 고성장산업인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집중 투자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정보복지에
대한 배려도 포함시려 했으나, 실제 정부의 정보화 전략은 "국제적 정보환경에
적응하고 조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국내 정보통신산업을 지원하고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정보화를 통한 경제성 위주의 정책
수립은 2002년까지도 유지되어 오고 있는데, 2002년 예산 편성에 정보화 정책
부문에 대한 예산(약 1조 6천억원)은 증가(9.5%)된 반면, 정보격차 완화 및 정보
역기능 방지 예산은 오히려 큰 폭으로 줄어 든 것(35.2%)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제성 위주의 정보화 정책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실질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며, 이는 결국 장애인의 낮은
정보접근성 문제를 방치시켜 버리게 된다.
▶ 정치적 도구로서의 정보화정책 : 정보화정책은 전두환 정권의 취약한
정치적 정당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했다. 그 후 노태우정권은 민주화의
열기와 복지에 대한 관심 때문에, 경제성을 따지는 정보정책 분야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했으며, 김영삼 정부는 정보화를 기존의 사회(군부독재정권)와 단절된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는(문민정부), 국가 재창조의 도구로 활용했다. 뿐만 아니라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의 경우, 김영삼 정부의 최대의 치적으로 평가받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성과물로 평가되기도 하는 등, 정보화의 정치적 도구로서의 기능은
지금까지 꾸준히 문제제기되어져 왔다. 정치적 요인에 의해 정보화정책이 좌우되는
경향은 장애인의 정보접근성 향상 문제와 밀접히 연관될 수밖에 없는데, 김대중
정부의 경우, 장애인의 정보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1999년에 수립한 장애인을 위한 기술개발정책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보화정책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됨으로써, 당연한 사회적 권리인 정보접근권의
보장 문제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는 정치가의 등장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 시혜와 동정으로 일관된 장애인복지정책 : 1981년 유엔이 세계장애인의
해 선포하면서, 각국이 장애인의 복지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도록 권고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도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되고, 장애인의 날 등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면서, 유엔은 1983년부터 1992년까지를 'UN 장애인
10년'으로 선포하고, 각국이 이를 실천하는데 지침이 되도록 '장애인에 관한
세계행동계획'을 발표했다. 그러한 일환 속에 한국은 1988년 장애인올림픽을
유치하고, 장애인수용시설을 이용시설로 전환시키며, 장애인 보호작업장을
설치하는 등 국제사회의 여론에 부응하기 위한 정책들을 마련하게 된다.
장애인들의 요구와 이에 따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아니라, 단지
국제사회에 보이기 위한 것들로 일관되어진 한국의 장애인복지정책은 90년대에
들어서도 많은 한계를 보이게 된다.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
장애인고용촉진법의 제정, 특수교육진흥법의 제정,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에관한법률의 제정 등, 장애인의 복지 수준을 한단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90년대 후반의 한국의 장애인 복지 수준은
어느 시기보다 성장 가속도가 높아져 갔다. 그러나 대부분의 법률이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되어 있는 등, 헌법에서 보장한 사회적 권리들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오로지 복지적 수준에서만 접근하는 한계를 보였다. 그것은 법률 제정 이후에도
장애인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들을 통해 뒷받침해 준다.
또한 시혜와 동정으로 일관되어져 왔던 장애인의 복지 정책 때문에, 장애인
스스로의 권리 옹호의 활동들을 제약해, 다양한 사회적 차별에 대한 장애인계
나름의 대응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새롭게 변화되는
시기에 대두되는 차별 현상에 대해 장애인계 스스로 적극적으로 대응해, 이에 대한
시정을 권고하고, 나아가 권리 쟁취를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는데 많은 제약을
가하게 되었는데, 정보사회에서 나타난 장애인의 정보 격차에 대한 문제도 이것과
마찬가지의 현상이 되어 버렸다. 미국의 경우 적극적인 장애인 자립 정책 및 차별
시정 정책을 수 십 년 간 진행해 오면서,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권익옹호를 전개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시켜 내는 배려를 해 줌으로써, 새롭게 대두되는 권리들에
대한 장애인계 나름의 적극적인 대응을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높은 수준으로 보장하고 있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온정주의적 인식 : 언론모니터링 조사 결과
등에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표현을 아직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장애인과
관련된 용어가 부정적 의미를 포함한 용어가 널리 유포되고 있다는 것에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은 널리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실제 사회 환경에서도 적용되고 있는데, 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은 손상된 신체가
강조되어, 자신의 노동력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등, 고용 및 임금에서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 그러한 인식의 문제는 장애인 정보화 또는 장애인 정보
접근성 보장에 대한 비장애인의 통념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어,
비장애인들은 시각장애인들이 PC를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뇌병변장애인의
신체 활동을 보고 PC이용 자체를 상상조차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비장애인으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정보통신기기 개발
업체가 장애인의 신체적 환경에 맞는 기기를 별도로 제작할 의지를 가질 수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비장애인 집단 또는 개인은 장애인을 수혜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신체적 장애 때문에 거동이 불편해 집밖으로 나가보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해
함께 외출이라도 하면, 그 장애인에게 대단한 은혜를 베푼 것으로 이해되어지고
있고, 그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은 마치 면죄부라도 받은 것처럼 홀가분해 지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온정주의적 인식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 대기업에서 이해하고 있는 장애인 정보접근성에 대한 개념도
장애인을 고객개념으로 생각했다기보다는 수혜의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것은 대기업에서 가끔씩 개발해 놓는 장애인용 정보통신기기가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의해 장애인의 수요촉진을 위해 기획된 것이라기 보다는, 그
기업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 사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 실천계획 (Draft action plan)
▶ 정보불평등 해소를 위한 장애인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원칙
1. 정보화 수준과 사회경제적 수준이 비례한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에 불과한 장애인의 정보 환경은 갈수록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에
비해 더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1) 정보경제가 아닌 정보복지에 대한 비중을 높여, 이에 바탕을 둔 정보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정보통신기술이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그 활용 능력이 비례되지 않고,
장애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평등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복지 개념에 기반한
정보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2. 의사소통과 정보접근 등 모든 정보통신수단에 대한 접근불가능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 장비에서의 물리적 장애 및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물리적 장애를
극복하는 수준으로 정보기술개발이 이루어해야 할 것이다.
2) 장애인에 대한 보편적 정보통신기술 개발과 동시에 뇌병변, 지체, 시각,
청각, 정신지체 등 장애유형에 따른 하드웨어적, 소프트웨어적 장애에 대한 인식이
동반되며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3. 장애인의 정보 불평등에 대한 문제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일국적 현상이
아니라, 정보화의 지구적 확산에 따른 세계적 현상인 점에서, 국제사회 수준에서의
진단과 공동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정보불평등 해소를 위한 장애인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실천 계획
1. 정보통신기술 불평등 해소를 위한 법, 제도적 차원의 개선
1) 2001년 제정된 정보격차해소에관한법률, 1999년 개정된 정보화촉진기본법,
1997년 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에관한법률, 장애인복지법 등에
장애인의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내용이 법 조항으로 명시되어 있으나,
선언적이거나 추상적인 진술에 불과할 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미흡한
수준이다.
2) 특히 2001년 제정된 정보격차해소에관한법률은 장애인, 노인, 여성 등
경제적·지역적·신체적·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생활에 필요한 정보통신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자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시행규칙 및 시행령 등이 아직
구체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했으며, 이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제대로 이행하도록
하는 법적 강제력이 약한 것이 한계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이 법률의 제정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하되, 법적 강제력이 명시된 법률로써 개선되어야
한다.
3) 장애인복지법,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에관한법률 등에 보장되어 있는
추상적 수준의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에 대한 내용을 보다 강화시키도록 이 법률들을
개정해야 하고, 각 법률에 대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 역시 구체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2. 장애인의 정보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편적 접근성(universal access) 보장
1) 사회경제적 수준에 비례한 정보통신기술 장비의 보급 및 기술 개발의 촉진을
중단하고, 정보격차의 수준을 줄이기 위한 저소득 장애인에 대한 각종
정보통신장비의 보급을 우선 확대해야 한다.
2)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시설 등에 누구나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공적 접근성(Public Access) 보장), 편리한 정보통신기기를 설치하고,
이것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
3) 정보 통신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장애유형에 맞는 장애인
정보화 교육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4) 시각·청각·뇌병변·지체·언어·정신지체·학습장애·신장장애 등
장애유형에 따라 다양한 입출력장치의 개발, 특성화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해, 의사소통 및 정보접근에 대한 장벽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① 시각장애
: 하드웨어 - 음성합성장치, 점자프린터, 무지점자기, CCTV
: 소프트웨어 - 점역 및 역점역 프로그램, 음성출력프로그램
② 청각장애
: 의사소통분야 - 특수전화, 수화통역, 자막방송, 텍스트 기반의 문자통신,
보청기 등
: 소프트웨어 - 음성↔문자 및 수화 통역 프로그램
③ 지체 및 뇌병변장애
: 장비 등 물리적 공간의 장벽 해소 - 전자도서관 확대 및 간편한 이용
보장
: 하드웨어 - 양손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입출력장치의
개발(안경마우스 등), 뇌병변장애의 언어장애를 보조해 줄 대체 의사소통
프로그램의 개발
: 소프트웨어 - 다양한 입출력장치를 지원해 줄 프로그램의 개발 및 각
프로그램에 대한 운영체제와의 호환성 보장
5) 보편적 접근성 보장에 따른 기술적 한계를 고려해 정책을 개발하고,
정보기기를 생산해 내야 할 것이다.
①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해 장애인을 위한 원격근무 도입에 대한 우려이다.
원격근무는 작업장에 장애인을 위한 적절한 시설을 제공하지 않는 고용주를
정당화시키는데 이용될 수 있다. 또한 원격근무는 장애인의 대면접촉을 감소시키고
현실세계에서의 전통적인 사회화 기회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② 가상현실이 장애인의 발달과정을 저해할 수 있다. 기술에 의해 장애인은
많은 감각 및 운동을 정보통신매체 내에서 경험한다. 이는 현실세계에서의
활동경험을 방해하는 일종의 '사회적 미성숙'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③ 정보통신매체 자체에서 기인한다. 컴퓨터가 한 번 인간 상호작용의 기능적
부분으로 되고 나면 그것은 메시지의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까지도 변화시키게
된다. 또한 컴퓨터는 해법을 제시해주는 것만큼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인터넷에 다이얼 업으로 접속하고 있는 동안 장애인 가정의 전화는 이용할
수 없다. 이는 응급상황에서 장애인에게 매우 위험한 상황을 발생시킨다. 또한
맹인의 문맹률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즉 컴퓨터가 텍스트를 읽어 줌으로써
시각장애인 중 일부는 음성합성기술(TTS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생겨
버려, 점자(Braille)에 대한 인식을 소극적으로 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3. 일상적 의사소통에 대한 대책 마련
1) 청각장애를 위한 수화통역서비스를 개발하고 지원하며, 시각장애를 위한
점자 도서 보급 및 점역 서비스를 확대하고, 언어장애를 위한 대체 의사소통
수단을 개발하는 등 장애인의 일상적 의사소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 기술적 지원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원활한 일상적 의사소통을 보장하기
위해, 대중과 접촉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또는 공공기관은 의사소통의 장애가
있는 장애인과의 원만한 의사소통을 진행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거나 그러한
훈련을 받은 사람을 통역자로 배치해야 한다.
4. 정보화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 및 의사결정권의 보장
1) 장애인이 정보통신기술로부터 겪게 되는 차별은 장애인 당사자가 가장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 방향 및 대안도 장애인 당사자가 최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보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또한
국제적 차원에서의 장애인 정보접근성 향상을 위한 공동의 논의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 및 의사결정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는 그동안
정보통신기술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대상으로 취급되었던 기존의 장애인에 대한
정보 문제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도록 만들게 될 것이며, 나아가 정보사회에서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 참고문헌
- 나운환, 강윤주, "아·태 장애인 10년의 정보·통신 접근성과 정보격차에 관한
논의", 직업재활연구 제11집 제2호, 한국직업재활학회, 2001. pp.237-264.
- 손연기, "정보사회의 보편적 접근 보장에 관한 연구", 사회보장연구 제15권
제2호, 한국사회보장학회, 1999.12. pp.206-232.
- 조주은, "장애인 정보접근성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사회학 박사학위 논문,
2002.
- 정보통신부 인터넷 사이트 컨텐츠 중 조직 연혁 부문 : http://www.mic.go.kr
▶ 밝힘
- 선언문 중 조주은氏의 박사학위 논문 중 일부를 그대로 반영한 내용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