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정상회의 한국 시민사회 선언문 프라이버시 분야 작업팀 초안
작성자 : 박준우(함께하는 시민행동)
◎ 프라이버시 작업팀에서 제안하는 한국 시민사회 선언문의 원칙
-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명백히 인간의 존엄성을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져야 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모든 정보통신 기술의 사용은
단호히 거부되어져야 한다.
◎ 선언문
정보사회에서 프라이버시의 특수한 지위 : 정보사회는 기본적으로 정보의
축적/처리 능력의 확대를 발전의 토대로 하고 있다. 이는 정보사회의 발전이
감시를 확장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 개인 및 사회적 약자 집단에 대한 감시(정보 축적/처리) 정도가 전례없이
광범위해지고 있다. 이는 국가·시장 매커니즘의 논리적 귀결이다.
- 프라이버시는 정보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제약이 될 것이다.
- 감시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확장하기 위해 사용된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만
행해져야 한다.
형성중인 가치로서의 프라이버시 : 정보사회는 이제 태동기를 맞고 있다.
마찬가지로 프라이버시 역시 정보사회의 발전에 따라 계속적으로 제기되는 새로운
이슈들에 대응하면서 변화·발전중인 가치이다.
- 처음 '혼자있을 권리'로 출발했던 프라이버시 권리가 1970년대 이후
'자기정보통제권'으로 확장되었으며, 현재도 더더욱 확장된 개념으로 발전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환경권이 최초에 인간의 건강·위생권, 자연 보호 등의 분리된
개념에서 출발하여 생물종 및 생태계 전체를 고려하는 개념으로 통합되고
확대되었듯이, 프라이버시 권리 역시 협의의 사생활 보호에서 출발하여 정보 처리
및 의사 소통 환경 전반을 고려하는 개념으로 확대될 것이다.
보호와 권리를 통합한 '능력'의 개념으로서의 프라이버시 : 프라이버시는
"능력"의 문제이다. 개인들이 프라이버시 능력, 자기정보에 대한 개인의 통제
능력을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프라이버시 보호'만을 이야기하면, 나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은 내가 아니라
국가나 기업이나 다른 사람들이 될 수 있다.
- '자기정보통제권'만을 이야기하면, 개인들이 스스로 프라이버시를 포기하게
만드는 자연적·사회적 환경의 문제(정보통신기술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혜택이나
행정적 편의 등)를 고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 프라이버시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은 총체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권리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국가나 기업의 감시에 대항하여 개인들이
단결할 권리, 감시 행위자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사회 시스템 재구축, 나아가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기 위한 개인들의 기술적·지적 능력 개발까지도 고려되어야
한다.
프라이버시 가치의 세 가지 원리 : 프라이버시 가치의 보장 여부는 정보사회를
평가하는 근본적 기준이 되어야 한다. 정보사회 발전의 현단계에서 이는 네 가지
원리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
⑴ 익명가능성 : 어떠한 상황에서도 익명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법제는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
⑵ 개인적 차원에서 자기정보에 대한 통제 능력의 확대 : 모든 사람은 자신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타인의 정보를
감시(수집/활용)하려는 모든 사람은 정보 주체의 자기정보 통제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① 권리의 차원에서 : OECD 8원칙(수집 제한의 원칙 / 정보내용정확성의 원칙 /
목적 명확화의 원칙 / 이용 제한의 원칙 / 안전성확보의 원칙 / 공개의 원칙 /
개인참가의 원칙 / 책임의 원칙)이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 / 조직 내부와 조직
외부에 상관없이 모든 감시 행위에 대해 일반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② 교육의 차원에서 :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통제할 수 있도록
교육되어져야 한다. 이는 권리에 대한 교육과 기술에 대한 교육을 모두 포함한다.
⑶ 자기정보 통제 능력의 확대를 위한 사회 시스템의 개편 : 국가와 시장의 구조적
힘은 개인의 자기정보 통제 능력이 온전히 실현되는 것을 가로막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사회 시스템 자체의 개편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전개되어야 한다. 이는
다음의 세 가지 하위 원리에 의해 실현되어야 한다.
① 집단적 참가의 원칙 : 감시 주체와 감시대상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권력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이는 감시대상자의 자기정보 통제 능력을 약화시킨다.
때문에, 감시대상자들은 감시 행위에 대한 집단적 참가를 통해 자기 정보 통제
능력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② 회피의 원칙 : 감시 주체와 감시 대상 사이의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감시대상자들은 감시 행위가 감시 대상의 인간 존엄성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것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거나
혹은 덜 침해하면서 감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 한 감시 행위를
회피할 의무를 감시 주체에게 부여해야 한다.
③ 분권의 원칙 : 감시대상자들의 자기정보 통제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감시
주체와 감시 대상 사이의 권력 불균형이 완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감시를 행하는
권력은 가능한 한 분산되어져야 한다.
⑷ 국제적 협력 : UN 인권선언 12조는 프라이버시 권리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프라이버시는 국적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 실천 계획
⑴ 익명가능성 보장
-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인위적인 전국민 단일고유식별자 부여 행위는
금지되어야 한다.
- 인터넷에서의 실명확인제도를 법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금지되어져야 한다.
⑵ 개인적 차원에서 자기정보에 대한 통제 능력의 확대
① 권리의 차원에서 :
- OECD 8원칙을 보장하는 프라이버시 보호법(혹은 법의 지위에 준하는 의회의
결의안)을 제정해야 한다.
-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모든 개별 법률 및 국제 조약을 OECD 8원칙에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 제3자와의 개인정보 공유에 대한 동의에 있어서 공유 항목 / 공유 대상 /
공유 목적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적 동의권을 보장해야 한다.
- 감시 활동에 대한 상세 내용을 정기적으로 감시 대상에 공개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신속한 구제를 위해 대안적
분쟁해결방식(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체계를 마련하고, 적절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 공공 기관의 데이터베이스의 매칭을 허용하는 포괄적 법률은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
- 유전자 정보 / 병력 정보를 비롯한 각종 생체 정보는 근본적으로
변경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들 정보의 수집 / 처리에 있어서는 명확하게 옵트-인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② 교육의 차원에서 :
- 학교와 직장에서 프라이버시 권리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의무화되어야
한다.
- 정보통신 활용 능력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에 보안 능력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되어야 한다.
⑶ 자기정보 통제 능력의 확대를 위한 사회 시스템의 개편
① 집단적 참가의 원칙
- 전국민적 차원의 집단적 참가를 보장하기 위해 독립적인 프라이버시
위원회를 설치하고 일상적 감독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법률의 제·개정에 있어 프라이버시 위원회의
의견제시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집단적 참가를 보장하기 위해 프라이버시 감사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감시를 포함하여, 조직의 조직 구성원에 대한 감시
행위에 대해 조직 성원들의 집단적 동의권을 보장해야 한다.
② 회피의 원칙
- 주요 정보화 관련 활동의 계회 단계에서 프라이버시 영향 평가가
도입되어야 하며, 그 실시 권한을 프라이버시 위원회에 부여해야 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영역들에 적용되어야 한다.
전자정부의 구축을 비롯한 공공 부문의 정보화 관련 활동,
일정 수 이상의 소비자 개인정보를 축적하는 기업의 정보화 관련 활동,
일정 수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의 정보화 관련 활동
③ 분권의 원칙
- 중앙 정부의 개인정보 관련 사무들을 재검토하여 가능한 한 지방 사무로
이전시켜야 한다.
⑷ 국제적 협력
- UN은 미국의 SEVIS(Students and Exchange and Visitor Information
System)와 같이 외국인의 프라이버시를 차별적으로 침해하는 각국의 법제 및
계획들을 조사하고 시정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 UN은 각 국가의 입국 절차를 재검토하여, 미국의 국토안보법과 같이 외국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관행을 제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에셜론 및 각 국가 정보기관의 첩보 행위에 대한 국제 시민사회의 통제
능력을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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